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한 끝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허리부상이라는 핑계(?)를 달아 지난 28일자로 부상자명단(Disabled List)에 오른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는 이제 선수 생명을 건 도전에 직면했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우선 과제는 자신을 향해 쌓일 데로 쌓이고 있는 불신의 높은 벽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것.
레인저스 공식사이트는 30일에야 달랑 5개 센텐스로 이뤄진 짤막한 보도로 박찬호의 DL행을 알렸는데 여기서 사용된 표현을 보면 박찬호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온다. 우선 박찬호를 레인저스의 ‘alleged ace’- (에이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자격이 없다는 뉘앙스가 담겨있음)라고 비꼬아서 소개했고 DL행 이유를 밝히는 곳에서도 허리부상(a strained lower back)이라는 표현 앞에 굳이 ‘팀이 ...라고 밝힌(what the club called)’라는 어구를 덧붙여 부상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시선은 감독 벅 쇼월터의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AP통신 기사에서 그는 “(뉴욕 양키스전에서) 처음으로 박찬호의 허리통증이 그의 투구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부상부터 고친 다음 박찬호가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는 ‘허리부상이 투구를 방해하고 있다’가 아니라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간접표현을 썼으며 그 다음 말에서는 ‘통증이 사라져도 투구가 나아질 리는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박찬호에 대해 신뢰를 잃었음은 물론 부상의 진위여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달라스 지역 양대 일간지는 모두 박찬호의 DL행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평균연봉 1,500만달러, 올해연봉 1,288만달러를 받는 투수가 DL에 올랐건만 이젠 그가 DL에 가든 말든 별 차이가 없다는 무관심이 느껴진다.
레인저스로서는 이미 제1선발 이스마엘 발데스가 DL에 올라있는 상태에 박찬호마저 애매모호한 허리부상을 이유로 DL행을 자청한 것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더욱이 지난주 홈에서 최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3승3패를 기록하며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있던 터여서 박찬호가 팀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DL행은 시간벌기 차원의 성격이 짙다. 차라리 실제로 다쳤다면 이 시간을 통해 회복해 제 컨디션을 찾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명확한 이유도 모르는 채 시간을 벌기위해 DL에 올랐다가 추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는 이기적인 선수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크다. 이 절대절명의 상황을 박찬호는 과연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당장은 아무런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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