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15 총선에서 장애인연합의 장향숙씨(열린 우리당)와 시각장애인 정화원씨(한나라당)가 금배지를 달게 된 것을 축하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연합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밀어준 열린 우리당 지도부의 용단이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되었다고 본다.
장애인-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장애가 온다든지 중풍으로 수족마비의 비운이 닥칠지 모른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장애가 일어나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말로 못 다할 고통을 극복한 이야기는 장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뇌경색의 식물인간이 되고 나면 가족의 고통이나 당사자의 사활을 건 투병생활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몸부림이다.
중풍의 무서움을 전에 알았더라면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 터인데, 사후약방문격의 후회를 하면서 사는 이가 장애인이라고 믿는다.
장애인을 대표하여 국회에 진출한 의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확실히 하여 소외 받는 장애인들의 친근한 벗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할리웃 보울에서 열린 한 여름밤 공연에 갔었다. 뇌경색의 장애인이 된 후 2년만에 처음으로 관중 속에 섞인 의미 있는 날이었다. 야외음악당에는 많은 관객들이 질서 정연하게 입장하고 있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팬들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공연장에 갈까 걱정을 하며 할리웃 보울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 젊은이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몸이 불편하니 카트를 타고 가라며 어디론가 가더니 카트를 몰고 왔다.
조수미가 들려준 노래는 ‘그 날 이후’ 그리고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인형 올림피아가 불렀던 ‘숲속의 새들’ 등으로 최고 수준의 감동의 무대였다.
음악회가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다. 사인 현장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이 안돼 보였는지 중년의 미국 부인이 교통정리로 휠체어가 나갈 길을 열어 주면서 사인을 받으라고 했다. 새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장애인을 돌보아주려는 마음이 문화적 차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사인회가 끝나고 조수미가 휴식하는 순간 안내인을 통해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하니 그가 일어나 나와 멋진 사인을 해주었다.
장애인을 잘 돌보는 선진국의 복지 문화를 체험한 하루였다. 그런 문화가 한국에 수출되기를 기대한다. 장애인을 보면 인상을 찌푸리는 풍토가 이제 한국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이희석/웨스트 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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