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과거사위, 1977년 특별지시 문건 찾아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 증언을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부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하고, 용서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특별지시를 당시 중앙정보부에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 간사인 안병욱 카톨릭대 교수는 30일 “국정원 내부 존안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찾아냈다”며 “1977년 6월17일자 이 문건에는 ‘본 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임을 명심할 것이며, 본 건에 관한 한 용서란 있을 수 없음’이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본 건이란 김형욱의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 증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형욱은 77년 6월22일 미 하원 프레이저 청문회에 출석해 김대중 납치사건 등 박정희 정부의 내부 비리를 폭로했다.
과거사위 다른 관계자는 “문건은 국정원이 보관중인 기록 중에서 발견됐지만 작성자나 박 대통령의 서명이 있는 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당시 관계기관 회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담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건은 79년 10월 김형욱 실종 사건과 관련, 박정희 대통령 직접 지시설의 개연성에 무게를 더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77년 6월16일에도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에게 “김형욱의 미 하원 청문회 출석 저지를 위해 민병권 무임소 장관을 특사로 보내 설득, 회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과거사위는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안 교수는 “이 문건은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김형욱 제거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라서 박 대통령과 직접 연결시키기 어렵다고 보여, 26일 중간발표 때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중간발표에서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지시로 이상열 주 프랑스공사와 주 프랑스 중정 연수생 등에 의해 김형욱이 파리에서 납치 살해 당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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