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글피는 멋스러운 순우리말이다. 오늘, 어제, 그제, 그끄제도 서로 잘 어울린다.
그런데 오늘의 다음날은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자못 궁금한 일이다.
송나라 손목이 쓴 계림유사에는 고려시대의 언어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한자로 적어 놓은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금일왈 오날’(今日曰烏捺), ‘명일왈 할재’(明日曰轄載) 식으로 오늘은 오날, 내일을 할재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 할재의 실제 발음을 올제, 하제, 후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원래 ‘낼, 내릴’이라는 순우리말이 내일이라는 한자말에 흡수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새로운 날’이란 뜻으로 새제, ‘날이 샌다’에서 나온 날새가 아닐까 추리해 보는 사람도 있다.
내일이라는 한자말만 보이기에 우리 조상은 과거나 현재에 집착했거나 유비무환의 정신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날 수도 있겠다. 비록 내일은 없지만 모레와 글피가 있는 민족이라고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내일이라는 토박이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다.
앞날을 따지자면 우리는 오히려 미래지향적이다. 영어에는 그제와 모레를 나타내는 낱말이 없다. 어제의 전날 또는 내일의 다음날로 표현한다.
일본말에서는 그제를 일작일(ototoi), 모레를 명후일(assatte)이라 하고 그끄제나 글피는 일작작일(一昨昨日), 명명후일(明明後日)로 나타낸다.
중국말에서는 대전천, 전천, 작천, 금천, 명천, 후천, 대후천이라 한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그 다음을 잇는 그글피는 없다. 우리처럼 날짜를 일컫는 풍부한 어휘를 사용해온 민족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내일은 바로 오늘의 다음날이며 이튿날이다.
우리의 꿈 날이다. 누구에게나 올 날이요 맞을 날이요, 밝을 날이다. 그것은 새 날로 다가온다.
문헌과 방언 연구를 통해 내일이라는 순우리말을 밝혀내면 오늘을 중심으로 앞뒤가 고속도로처럼 뚫린다. 참으로 시원스러울 것 같다.
고영주
국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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