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째로 증발했다. 어느 날 사라진 것이다. 정부가 증발하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진상은 이랬다. 증발했다기보다 어느 날 갑자기 이사를 간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점쟁이들이 조언을 한 것이다. 그 조언을 받아들여 명색이 한 나라의 정부가 몽땅 이사를 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의 상황이다. 미얀마 정부가 랭군을 떠나 산악지대의 한 요새 같은 비경의 도시로 옮겼다. 이게 지난해의 일이다.
독재자들은, 독재 권력은 점쟁이를 좋아한다. 그 대표적 케이스의 하나가 히틀러다. 그가 즐겨 찾았던 인물은 에리크 하누젠이란 영매로, 이 무당의 말을 항상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라이베리아의 전 독재자 찰스 테일러는 부두교의 신봉자다. 그가 라이베리아 내전 중 저지른 만행의 대부분이 이 부두교의 의식과 관련돼 있었다는 게 최근 밝혀진 사실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테일러의 정적이 살해됐다. 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의 신체가 일부분 먹혀졌다. 왜. 적으로부터 ‘파워’를 축출해낸다는 부두교 의식에 따라 이런 끔찍한 일이 저질러진 것이다.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역시 부두교 스타일의 사교 신봉자다. 흑암의 파워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주 사용했던 것. 그가 체포될 당시 은신처에서 발견된 피의 제단은 바로 이런 ‘저주의 굿판’을 벌인 장소였다.
사담 후세인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의 어머니는 점쟁이였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 탓인지 사담은 일종의 ‘오컬트 강박증’을 보여 왔고 항상 부적을 차고 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이야기들은 무엇을 말해 주나.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적 전쟁.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도 독재 권력의 진짜 얼굴, 그 악마적 속성이다. 파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폭력에, 고문에 또 방대한 정보기구까지. 세상의 방법이란 방법은 다 사용한 것이다.
그래도 빠진 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동원되는 게 주술의 파워다. 이 세상의 방법도 모자라 ‘망상의 세계’의 방법까지 불러들여 권력을 지키겠다는 거다.
사담 후세인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라크 고등법원이 지난 1982년 두자일 주민 148명을 학살한 혐의를 인정해 교수형을 선고한 것이다. 적게 잡아 50만명 이상을 학살했고 쿠르드족에게는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이에 비하면 두자일 학살은 아주 작은 비행으로 비칠 정도다. 이번 선고는 그러므로 단죄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주술에 빠진 권력은 통제가 안 된다. 때문에 서슴없이 반인륜의 범죄를 저지른다’-. 사담 후세인 사형선고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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