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이사회가 backdating의 스캔들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어느 고지식하고 끈기 있는 대학교수의 연구논문에서 시작한 이 문제는 이제 거의 130개나 되는 미국 회사들이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도록 그 정도가 심각하게 보인다.
지난 여름 한인은행 주식옵션 말씀을 드리면서 backdating 얘기를 해드렸는데 배경은 이렇다.
어느 한인은행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옵션을 주면서 (10만주라고 치자) 올해 12월1일 기준으로 이 은행의 주가가 한 주당 19달러라고 하고 주식 옵션 행사가 가능한 3년 후 주식가격이 29달러로 오른다면 이사들은 190만달러로 290만달러 시가의 주식을 사게 되는 것이다. 현금 100만달러가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위의 주식 옵션 기준 날짜를 이렇게 바꾼다고 해보자. 12월1일이 아니라 얼마 전의 낮은 주가가 17달러이었고 그 날로 기준날짜를 친다면 이사들은 190만달러가 아니라 170만달러만 가지고도 290만달러에 해당하는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만달러의 추가 이익은 이사들에게는 좋으나 결국 주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이 backdating의 유혹에 그렇게 많은 이사회들이 빠져들게 되었는가.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서 관계 당국들이 이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근본 원인이 이사들의 네트웍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실 은행 아닌 일반회사들 중에서는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어 있는 IT회사들에서 주식 옵션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들 회사들의 이사들이 서로 여러 관계로 가까워지면서 전염병처럼 backdating의 유혹에 빠졌다는 것이다. “아, 우리 이사회에서는 이렇게 해주기로 했다”는 얘기가 다른 회사들의 이사들의 backdating 유혹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소송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물론 도마 위에 오른 IT회사들의 이사회에서는 이런 혐의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함구하고 있다.
엔론과 월드컴 회계 부정사건 이후에 회사들의 내부 통제와 회계의 투명성에 신경과민이 되어 있는 관계 당국들은, 이들 회사들의 이사들의 개인관계, 쓰고 있는 컨설팅회사, 관계 로펌 등으로 인해서 이들 이사들의 연계가 이루어졌다고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잘못된 것들을 고치고자 노력하는 관계 당국과 학계에서는 이사회를 개혁하고자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는데 모두가 느끼는 한계는 제도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결국 이 모두가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어떤 사람들이 이사회에 몸담고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서도 여론선도 기관들에서 한인은행들의 이사회의 개혁에 대해서 여러 번 설파하고 그 중에는 정말 지당한 얘기들도 많았다고 보는데, 얘기가 되었던 “전문직 이사” 해결책만으로는 이사회의 개선이 힘들다. 사실 무슨 전문 지식이 필요하면 전문인들의 자문을 구하면 된다.
가장 핵심은 이사 개인들의 인품이다. 인품이 훌륭한 분들이 모여 있는 이사회에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적고, 문제가 생겨도 원칙대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인품이 부실한 이사들이 모여 있으면, 위에서 말씀드린 backdating만이 아니고 여러 문제에서 계속 어려운 장래를 맞이하게 되는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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