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장애우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임광선 장로(왼쪽). <진천규 기자>
밀알선교단서 새 삶 <임 광 선> 장로
공무원 생활 29년 퇴직 후 잠 못이루고 고생
컴퓨터 레슨·청소 등 궂은 일하며 사라져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오히려 제가 배워요”
“이제 겨우 세 달 자원봉사 했는데 무슨 인터뷰예요. 몇 년씩 묵묵히 일해온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임광선(66) 장로를 만나러 남가주 밀알선교단(단장 이영선)으로 찾아가자 쑥스러운 듯 말문을 열었다. “공무원에서 은퇴한 뒤 장애우를 도우며 새 삶을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기자가 말하자 “오히려 내가 장애우에게서 배운다”고 손사래를 친다.
임 장로는 1969년 UCLA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러 미국에 왔다. 석사를 받고 LA카운티 정화국에서 4년, 롱비치 시청에서 25년을 시스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2004년 10월 은퇴한 뒤 2년을 집만 지키다, 전공을 살려 밀알선교단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세 달 사이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우울증의 극복이다. 은퇴 후 계획한 삶은 오지 선교사의 자녀를 양육하는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 아카데미에서 봉사하는 거였다. 지난해 8월 독일로 옮길 것도 확정됐었다.
그런데 6월부터 잠이 안 오고, 의욕과 식욕이 상실되고, 몸무게가 30파운드 이상 줄었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평생 하던 일이 어느 순간 사라지자 허탈해진 게 우울증으로 변했다. 원래도 내향적인 성격이었지만, 집을 나서는 일이 더 없어졌다.
그러다 가나안교회(담임목사 최성칠)에서 알고 지내던 교인을 통해 밀알선교단을 소개받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오후 5시 선교단 사무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레슨 외에도 설거지, 바닥 청소 등도 가리지 않는다. 장애우들이 밥먹다 흘린 찌꺼기도 치운다. 장애우와 탁구 치는 것도 큰 재미다. 몸을 많이 움직이니 밤잠 들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었던 약의 필요성도 줄었다.
우울증을 겪고 보니 장애우를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졌다고 한다. 우울증 때문에 의욕이 없으니 어깨가 축 쳐졌는데, 사정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장애우 없는 부모들이 장애우 심정을 알 리가 없는 것과 같았다.
“장애우 부모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도 제 일이에요. 장애우 키우며 억장이 무너졌던 말을 듣는데, 우울증이 없었다면 제가 그런 부모 심정 잘 몰랐을 거예요. 몸은 멀쩡해도 마음 상한 사람도 많으니, 우리 모두가 장애를 가진 게 아닌가 싶어요.”
밀알선교단에서 봉사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있다. 컴퓨터 지식은 엄청 많은데 언어 표현이 제대로 안 돼 마음을 다 표현 못 하는 장애우를 볼 때가 그렇단다. 그런 걸 보면서 화장실에도 맘대로 갈 수 있고, 소변도 혼자 볼 수 있는 걸 감사한다고 임 장로는 말한다.
임 장로는 내년에는 밀알선교단 행정 전산화에 앞장 설 계획이다. 회계 소프트웨어인 ‘퀵북’을 설치해 재정 지출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여러 문서도 데이터 베이스처럼 만들려고 한다.
“힘닿는 데까지 장애우를 돕고 살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본을 보여야겠다고 각오를 다져요.”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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