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2000년 신년사에서 ‘신사고’를 내세우면서 모든 산업과 행정면에서 생각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 북한정부는 2002년 7월1일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의 주요관리들은 이 법이 북한의 경제체제에 관한 한 1946년 3월5일의 토지개혁법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조치는 지금까지 지탱해온 북한의 사회주의경제를 근본적으로 뒤엎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날 북한의 경제체제는 국가가 시장원리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정책적으로 조작하고 관리했으나 이 법이 통과된 후부터는 시장경제에 맡게 물가를 현실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 1kg에 8전이었던 배급 쌀은 이 조치가 발표된 후 45원으로 올랐고, 1kg에 4전이었던 옥수수와 밀가루는 24원으로 올랐다. 북한당국은 또한 물가를 시장원리에 맡게 조정하면서 임금도 올렸다. 80원이었던 교사월급이 2,500원으로, 120~160원이었던 교수월급은 3,500~4,000원으로 올랐다. 그 밖에도 북한은 이 개선조치를 통해 농업의 생산과 분배 면에서 많은 변화를 일으켰으며 특히, 감자생산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번 평양방문 중 북한의 실물경제를 비교적 세밀하게 관찰한 필자는 배급되지 않는 물건의 값이 매우 비싸다는 사실에 놀랐다. 특히, 과일의 경우 사과 1kg(4개정도)에 3,000원, 토마토 1kg에 2,000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쌌다. 선덕샘물 한 병에 700원, 손목시계(중국 ‘Fucheng’ 브랜드)가 9,800원, 치약(중국제)은 5,300원, 어린이 양말 한 켤레가 1,200원, 수건이 2,400원, 가죽구두 한 켤레가 46,200원이었다. 북한주민의 1인당 월평균 수입이 2,500~4,000원이라고 치면 한 달 수입으로 치약 한개도 살수 없는 형편이다.
더욱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환율이었다. 미화 1달러는 공식환율로 136원이라고 호텔 앞 환전소에 게시돼 있었다. 그러나 그곳 사무원은 240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공식환율과 암시세가 이처럼 차이가 난다면 어떻게 국제무역을 할 수 있나? 그러나 이런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필자는 평양 제이백화점에서 유화 한 점을 60,000원에 구입했다. 그런데, 이 백화점은 미화 1달러를 2,800원으로 환산했다. 필자는 단돈 25달러를 주고 그 그림을 산 셈이다.
그렇다면, 1달러를 2,800원에 팔아서 다시 240원에 1달러씩 12달러를 사면 12배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정말 큰 장사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북한 돈을 미화로 환전하려면 그에 앞서 미화를 북한 돈으로 환전했다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외화는 유로달러다. 호텔에서 파는 물건들은 유로달러와 북한원화로 가격이 매겨져 있다. 예를 들어 ‘450(3)’이라는 가격표는 유로달러로 3달러, 북한원화로 450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원화로 450원을 주고 그 물건을 살 수는 없다. 그 450원이 유로달러와 환전한 것이라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
좀 복잡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호텔상점에서는 선덕샘물 4병에 미화 1달러인데 한 병에 34원이라고 적혀있다. 일반 상점에서는 한 병에 북한원화로 700원이다, 즉 4병에 2,800원이니까 미화로 1달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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