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이민와
패션으로 방향 바꿔
유명 패션 브랜드 ‘게스’(Guess)에서 한인 여성이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게스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데님(denim)파트 수석 디자이너 최윤정씨. 요즘이야 주류사회 어느 분야에서나 성공한 한인 2세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지만 20대 후반 이민 온 뒤 패션공부를 시작,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녀의 성공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해 광고회사에 근무했고, LA에 와서도 주류 광고회사에서 적잖은 연봉을 받으며 일했죠. 그런데 어려서부터 패션 쪽에 관심이 많은 탓에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엔 한인타운 패션스쿨에 등록해 공부를 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1년간은 하루 3~4시간도 못 자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초죽음이 됐었습니다.(웃음)"
그렇게 지독한 주경야독 끝 그녀는 LA에서 꽤 알아주는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된다. 물론 초봉은 이전에 근무하던 광고회사보다 적잖은 액수가 깎였지만 후회는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밤잠 설쳐가며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2년쯤 일하고 나니 그 동안 최씨를 눈여겨 봐왔던 수석 디자이너가 당시 신생 브랜드로 회사를 옮기면서 그녀를 스카웃해 갔다.
그리고 2년 뒤 그녀는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게스를 비롯 대형 의류업체들과 계약제로 일하게 된다. 그러다 최씨의 실력을 높이산 게스가 2007년 그녀에게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게스 CEO인 폴 마르시아노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날 뽑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배짱 두둑한 한 마디로 게스 창사이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낙하산’ 수석 디자이너로 입성한다.
“그래서 입사 초기엔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죠. 그러나 빨리 마음을 다잡고 실력만이 편견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입사해서도 밤 9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만큼 무섭게 일에만 매달렸습니다."
이런 그녀의 노력 끝에 그녀는 입사 수개월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그것도 그녀의 파트인 데님이 아닌 티셔츠로 말이다. 티셔츠 파트에서 그녀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업무시간 이외에 틈틈이 디자인한 티셔츠가 전체 티셔츠 판매량의 36%를 점유하면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것이다. 전체 판매량의 9%만 넘기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판매율은 기록적인 것이었다.
이외에도 그녀는 지금까지 수십 건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디자인하면서 명실공히 게스 간판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오로지 실력 하나로 회사에서 인정받은 그녀는 최근엔 게스 한국 지사인 ‘게스 코리아’ 담당이라는 중책까지 맡기에 이른다.
"일이 늘어나고 몸은 고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합니다. 만약 지금 너무 나이 들었다고, 영어를 못한다고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거나 주류사회 문 두드리는 것을 겁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도전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목표가 뚜렷하고 거기에 올인 할 준비가 돼 있다면 굳게 닫힌 듯 보이는 그 문은 반드시 열리기 때문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 위에서 자신만의 길을 내고 당당히 걸어가는 디자이너 최윤정. 그녀의 자신감엔 이처럼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a’게스’ 데님파트 수석 디자이너 최윤정씨가 LA 다운타운 게스 본사 로비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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