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업(자유기고가)
아마도 미국에 이민온 한인은 누구나 이곳에 오기 위해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 줄을 서서 비자 인터뷰 순서를 기다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 끝없는 검푸른 바다를 내려다보고, 광활한 국토를 가로 지르며 긴 시간 비행기 창문을 통하여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낯선 꿈을 안고 이 땅을 내디뎠다.
그렇게 해서 한참을 달려오다 어느 날 거울속에 비쳐진 주름진 얼굴, 잔설이 히끗히끗한 머리를 보니, 쓸쓸한 이방인을 보는 듯 하였다. 2007년 잭 니콜스 그리고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Bucket List’가 생각나 시디를 빌려다 다시 보았다.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될 때까지 주인공들은 무엇을 원했고,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이 어떤 것인가를 성찰하지 못하고 살다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자신들이 정말 무엇을 바라보며 살았는지를 깨닫는다.
‘버킷리스트’ 이것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마지막 절실한 소원들. 이 말의 뜻은 미국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서부개척 시대에 사형수 목을 밧줄로 매서 사형대에 건 뒤에 발을 받쳤던 양동이(버킷)를 차버리면 죽음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남은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며 버킷리스트를 꼭 한번 만들어 보라고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호소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황혼의 노인들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해 옮기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죽은 듯 하던 메마른 가지에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오월의 햇살이 창연한 거리에 줄지어 서 있는 푸른 가로수를 보며 우리는 결코 늙을 수 없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초심으로 돌아가 아직 생애에 남아있는 유산을 찾아 다시 한 번 리몰딩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누구도 헝클어트릴 수 없는 나의 초심. 그렇게 집착했던 일들, 가능하다는 신념 하나를 가지고 뛰었던 지난 날들. 우리들은 참으로 고독했고 온 힘을 다해 주일도 잊고 짬이 없어 함께 사는 가족들의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로 일만을 죽어라고 했다. 생각하면 너무 놀라워 가슴이 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책임과 소명의식을 갖고 내 초심을 지키며 그곳에서 부터 자신을 새로운 시선으로 ‘ 나도 왕년엔’ 하며 뒤돌아보고 ‘죽음에서 돌아온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또 다른 에너지가 솟아나리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세상은 젊은 세대로 넘어가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는 생의 의미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행복한 하루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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