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산책길에, 나는 김현승 시인의 <가을> 이라는 시를 읊으면서 가을을 소름 끼치게 느껴봤다. 길가의 꽃과 나무들이 서서히 색깔을 갈아 입고 있었고, 아직 채 열매를 맺지 못한 아보가도, 레몬들이 꺾인 가지채 나뒹굴고 있었는데, 버려져진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서글퍼져 왔다. 내 삶도 어느 날 가을이 왔을 때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저 익지 않은 열매들 처럼 쓸모없이 내팽개쳐 지지 않을가 싶어 입맛이 썼다. 그러나 고독을 즐겼던 김현승 시인의 시를 생각 해냈다.
봄은 /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꽃잎을 이겨/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중략)
시를 중얼거리는 순간<가을은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이란 싯귀에 마음이 꽂이면서 내 특유의 명랑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봄은 지나갔지만 가을이라는 시간의 연륜은 가장 값진 삶의 보석으로 반짝반짝 지금 내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이 왔다. 격정적인 봄의 시간을 지내고 지금은 연금술사의 마술과 같은 손으로 나의 삶을 격상시켜준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얼마전에 비즈니스 모임에 참가했다. 그 곳에서 만난 여성 사업가들은 어려운 불경기를 극복해가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번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남성 사업가 못지 않았다. 나이는 중년을 바라보지만 옷차림은 아가씨들 못지않게 청바지에 날씬한 몸짱들도 많았다. 한방을 현재 사업과 접목하여 외국 진출을 꿈꾸는 여사업가도 있고, 현재 코스매틱 사업을 확장하여 한국에 미용업을 구상하는 여사장님도 있었다. 또한 이런 사업들을 이벤트로 만들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계획 등, 그 사업 구상들이 실제적 사업 확장을 통하여 완벽한 계획및 착수가 참으로 괄목할만 했다. 사실 여기 참석한 여성 분들은 계절로 비유하면 가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들의 지칠지 모르는 열정과 불같은 에너지가 <살을 빚던 봄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중년의 가을은 시들해가고 쓸쓸한 마음이 들겠지만 자신의 성공적인 삶을 바라보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태도는 계절의 고독함을 잊고 사는 원숙한 삶에 뿌리를 두지 않나 싶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봄처럼 모든 계절을 이기고 사는 것이다. 김현승의 <가을>을 다시 한번 읊으며 길가에 버려진 레몬을 주워 가슴에 꼬옥 끌어 안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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