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영(웨체스터 씨드 학원 원장)
봄이 찾아오는 길목 나의 연례행사는 시작된다. 봄을 자축하며 웨체스터 학교들이 저마다 야심 있게 준비한 작품들을 알아 본 후 한 학교를 선택하여 관람하는 일은 어느덧 나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작년에는 스카스데일(Scarsdale) 고등학교에서 ‘현대 희곡의 성서’라고 불리는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1897-1975)의 ‘아워 타운’ (Our Town) 을 관람했다. 평범한 타운의 일상생활이 죽음을 통해, 삶의 조각들을 재인식,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하게 느끼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는 틴에이저들에게 여전히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살면서 자기 삶을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요? 매순간 마다요?” 라는 주인공의 질문이 때로 나의 귀에 메아리친다.
이번 봄에는 에지몬트(Edgemont) 학교에서 프랜시스 버넷(Frances H. Burnett) 원작의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 뮤지컬을 상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Secret Garden Duo의 음악인 ‘Secret Garden’을 들으며, 공연 며칠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고아 소녀 메리가 버려진 화원을 찾아 아름다운 화원으로 만들어 가면서, 고모의 죽음으로 황폐했던 집안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동화책이다. 메리가 열쇠로 화원의 문을 여는 순간,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된다는 상징이 너무 좋아서 나는 열쇠 목걸이를 착용할 때 마다 이 책을 생각한다.
이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은 한인 학생들의 활약 덕분이다. 노래, 춤, 연기 등 전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퍼포먼스(performance)에서 실력을 갖춘 연기자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 공연의 포스터와 프로그램(Playbill) 커버를 디자인 학생의 이름이 한국 이름이어서 순간, 반가운 마음에 얼른 포스터를 구입했다.
명작을 관람 한 후에는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뿌듯함이 있다. 학생들의 공연은 기본 적인 무대 장식과 소품으로 공연하기에 동작과 대사에 몰입 할 수 있는 점도 플러스 요소이다. 특히, 1938년 퓰리처상(Pulitzer Prize) 의 수상작인 ‘아워 타’”과 함께 ‘소공자’와 ‘소공녀’를 쓴 프랜시스 버넷의 또 다른 클래식인 ‘비밀의 화원’을 나의 학생들에게 소개 할 수 있어서 참 기뻤다. 학생들은 자신의 친구들이, 클래스메이트가 출연하기에, 더 유심히 듣고 보면서, 열렬히 호응을 하게 된다.
이 봄이 끝날 무렵, 에지몬트 고등학교에서 다른 한인 여학생이 감독하는 ‘Fame’이 공연될 예정이다. 이제는 Student-Director까지 탄생하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봄의 연례행사는 웨체스터 커뮤니티로 들어가는 열쇠가 되었다.
각 학교들의 분위기(ambience)와 학생들을 접하면서, 우리의 타운(Our Town)을 알아가게 된다. 내년에는 어떤 작품들을 어느 학교에서 만날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벌써 부터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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