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2004년 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왔습니다. 이민수속 절차는 자칭 전문가들에게 맡겼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시간만 지나면 가족이 미국에 잘 정착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3년쯤 되는 어느 날,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 정도 시간이면 뭔가 결론이 나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확인해보고 나서야 이민 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른 길을 알아보던 중 스폰서를 통한 취업이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자리를 소개받아 2년 정도 일을 하였고, 노동허가도 받았습니다. 마지막 단계로 이민 변호사는 세무관련 서류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고용주가 낮은 세금납부 실적으로 인하여 스폰서 자격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됩니다.

처음 이민수속을 시도한 자칭 이민전문가에게 수수료 반환을 요청하였지만 그는 아직 서류가 보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심지어 더 이상 반환을 요구하면 불법체류 사실을 고발해 우리를 추방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그제야 저는 제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깊은 절망과 좌절에 빠져 상당 기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민 초기에 벌어졌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5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은 이미 한국보다는 이곳 생활에 익숙해진 뒤였습니다. 큰 아이는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두었고 작은 아이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다행히 작년에는 대통령이 두 아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청소년 추방유예 조치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제 큰 아이는 박사과정에, 작은 아이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고소득의 좋은 직장, 좋은 차, 좋은 집 갖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나 능력을 맘껏 발휘하며 당당하게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가족이 강제추방 등의 이유로 강제 이별이 없는 밝은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이민자들에게 당부합니다.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십시오. 잘못된 정책을 고쳐 달라고 요구하십시오. 당당히 맞서서 개혁을 외치고 부조리한 현실을 이겨내고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여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인들과 사회 지도자들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이 이해관계만 따지며 시간을 허비하는 이 시간에도 당신들의 이웃과 지역주민들은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들도 이미 국가경제의 일원이며 당신들의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이웃과 유권자는 여러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곤경에 빠진 이웃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하는 그들이 내일 당신의 지지자들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 서류미비자 A. 정(가명)씨는 지난달 중순 5일간 워싱턴 DC에서 이민개혁 단식 캠페인에 참여하다가 6일째 되던 날 혈압 이상이 생겨 의료진의 권고로 단식을 중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