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평화조약’ 에 한국영토 명시 시도했었다
▶ 1951년 양유찬 대사 미 국무부장관 앞으로 편지 전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전경. <사진=연합>
일본이 포기할 영토에 ‘제주도.거문도.울릉도.독도.이어도’ 포함 요청
“독도는 한국땅 기록 없어” 포함 거절...이어도는 한국서 자진철회
한국 이승만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이어도(파랑도)가 한국 땅임을 주장하며 이 같은 사실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구체적으로 명시될 것을 요구하다 돌연 입장을 자진 철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외교역사기록(FRUS) 1951년 제6편 아시아·태평양판에 따르면 양유찬 주미한국대사와 한표욱 1등 서기관은 1951년 7월19일 워싱턴 D.C.에서 존 델러스 미국 대일강화조약 대통령 특사를 방문했다. 양 대사는 이 자리에서 델러스 특사에게 딘 애치슨 미 국무부 장관 앞으로 보내는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는 델러스 특사가 같은 달 7일 양 대사에게 보여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최신수정문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는 편지에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2장 a항 문안을 “일본은 ‘퀠파트’(제주도), ‘포트 해밀턴’(거문도), ‘다제레트’(울릉도), 독도와 파랑도 섬들을 포함해 일본이 코리아(Korea)를 합병하기 이전 코리아와 코리아의 일부였던 섬들에 대한 모든 권리와 청구권을 1945년 8월9일 포기했음을 확인 한다”로 교체할 것을 요청했다.
기존 최신수정문안은 “일본은 코리아(‘퀠파트’, ‘포트 해밀턴’, ‘다제레트’ 섬들을 포함해)에 대한 모든 권리와 청구권을 포기 한다”로 명시돼 있었다.
즉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문안을 통해 조약에 서명할 일본과 연합국들이 일본의 2차대전 패전을 공식화한 ‘포츠담 선언’(Potsdam Declaration) 수락 시점을 기해 독도를 비롯한 이들 섬과 파랑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할 것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각주(footnote)에서 양 대사의 편지에 대한 미국의 답신이 있기 전 “한국은 그 사이 파랑도에 대한 주장을 철회(withdrawn)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사실은 애치슨 국무부 장관을 대신해 1951년 8월9일 딘 러스크 미 국무부 극동관계 담당 차관보가 양 대사에게 보낸 답신에서 확인된다. 답신은 독도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명시할 것에 대한 한국의 요청을 거절한 내용이 담겨있어 ‘러스크 서한’(Rusk Letter)으로도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러스크 차관보는 답신에서 양 대사의 편지 내용을 상기시키고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유를 “다케시마, 혹은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으로도 불리우고 통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바위덩어리인 독도와 관해 우리 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일부로 취급된 적이 없으며 1905년쯤 이후부터 일본 시네마현 오키도사 관할 하에 놓여있다. 이 섬은 한국에 의해 영유권이 주장된 적이 이전에 결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신은 또 이어도에 대해서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일본이 (영유권을) 포기한 섬들 중 ‘파랑도’가 포함될 것을 주문한 한국 정부의 요청이 철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 외교역사기록은 한국이 어떠한 이유에서 이어도에 대한 주장을 갑자기 철회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한국 정부가 정확한 위치, 역사적 배경 등 이어도에 대한 미국의 추가 문의에 이어도가 섬이 아닌 수중 암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뚜렷한 답변 및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자 미국의 공식 답신에 앞서 아예 요청을 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을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 영토를 명확히 하려던 노력 과정 곳곳에서 드러난 한국의 미숙한 대미 외교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양 대사와 한 서기관이 에치슨 장관 앞으로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델러스 특사와 만난 자리에 동석했던 아터 에몬스 미 국무부 동북아시아 관계국 한국관계담당의 회의 속기록에서 엿볼 수 있다.
속기록에 따르면 양 대사로부터 서신을 전달 받은 델러스 특사는 한국 정부가 센프란시스코 평화협정에 명시될 것을 요구한 섬들 중에 쓰시마(Tsushima)가 빠져있음을 지적하자 양 대사는 쓰시마는 "제외됐다"(omitted)고 답했다. 쓰시마는 1951년 7월9일 델러스 특사가 양 대사에게 센프란시스코 평화협정 최신수정문안을 보여주자 양 대사가 한국 땅이라며 협정 문안에 일본이 한국 영토로 인정, 반환토록 할 것을 요구한 일본 섬이다.
그러나 양 대사는 7월19일 만남에서 그 이후 한국 정부가 쓰시마에 대한 입장을 철회한 것을 델러스 특사에게 직접 확인한 것이다. 델러스 특사는 또 양 대사가 센프란시스코 평화협정 최신수정문안에 포함되지 않은 독도와 파랑도를 한국 섬으로 포함시켜 줄 것을 공식 요청한 것을 보고 독도와 파랑도가 어디에 위치한 섬들이냐고 묻자 한 서기관이 일본해에 위치해 있는 2개 작은 섬들이라며 울릉도 일반 부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미 외교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제주 마라도 서남쪽에 위치한 수중 암초인 이어도를 동해 울릉도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이라며 국제사회가 한국 땅으로 인정토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회의 속기록은 이에 델러스 특사가 이들 섬이 일본 합병 이전에 한국 땅이었느냐고 물었고 양 대사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 섬을 평화조약에 일본이 포기해야 할 한국 영토로 명시하는 것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듯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한달 반 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가 역사적 자료와 기록을 통해 독도와 이어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미국에 충분히 입증했더라면 협정 문안에 한국 영토로 명시될 가능성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러스크 서신’이 확인하듯 한국은 독도와 이어도를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에 한국 영토로 포함시켜 달라고 공식 요청한 뒤 미국의 공식 답변이 있었던 20일 사이에 이어도에 대한 입장은 자진 철회했고 독도에 대해서는 미국을 설득할 만한 역사적 자료와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결국 일본과 연합국 48개국은 1951년 9월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했으며 영역을 다룬 이 조약의 제2장 제2조 a항은 “일본은 코리아의 독립을 승인해, 퀠파트, 포트 해밀턴과 다제레트 섬들을 포함해 코리아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승만 정부의 대미 외교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일본과 분쟁이 일고 있는 독도와 최근 중국과 분쟁이 빚어진 이어도가 역사적으로 한국 땅임을 분명히 입증하는 각종 증거들을 내세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설득해야한다는 지적이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 이어도
제주의 마라도 서남쪽 81해리(149km), 중국 퉁다오 동북쪽으로 247km, 일본 나가사키현 도리시마 서쪽으로 276km 가량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평균 수심 50m, 길이는 남북으로 1,800m, 동서로 1,400m 정도의 크기에 면적은 11만3,000평 규모로, 4개의 봉우리를 가진 수중 암초다. 한국내 해양학계에서의 공식 명칭은 파랑도이다.
이어도는 최고봉이 수중 4.6m 아래로 잠겨 있어 10m 이상의 파도가 치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한국은 2003년 6월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기지는 최첨단 관측 장비를 통해 해양 · 기상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해경의 수색 및 구난 기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일대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함에 따라 한국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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