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고등학교 농구 시합장에서 로버트 딕스 씨와 패트릭 멀린즈 씨를 만났다. 둘은 열성 공화당원이다. 나는 반대로 열성 민주당원이니 그들과의 조우가 항상 편하지는 않다. 그런데 정치를 접어두면 괜찮은 사람들이다. 정치적인 견해차 때문에 이들을 부드럽게 대하지 못하는 것은 나 스스로 노력해 개선해야 할 점이다.
내가 그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에 첫 출마한 1995년이다. 당시 딕스 씨는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중 한사람이었다. 나는 선거 준비 중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음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교육위원회가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뀌며 새로 보임하게 된 6개월 임기의 임명직 광역 교육위원에 임명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선출직으로 바뀌기 전 교육위원들은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에서 임명되었다. 광역 교육위원의 경우 수퍼바이저 위원회 의장이 추천하고 위원회가 인준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당시 10명의 수퍼바이저들이 공화, 민주 양당으로 정확하게 절반 씩 나뉘어져 있었다. 그래서 민주당 출신의 케이트 핸리 의장이 여러 차례 추천한 나의 임명안은 표결 때 번번이 표가 5대5 동수로 나뉘어 부결되었다. 결국 정치적 타협으로 민주당 측에서 한 자리를 양보하고 내가 교육위원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딕스 씨는 나의 임명을 반대했다. 임명 인준 표결 다음 날 아침 그의 비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딕스 씨가 나와 만나 점심이나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불쾌했던 것이다. 그 다음날 다시 전화가 왔으나 나의 반응은 여전했다.
멀린즈 씨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버지니아 주 공화당 의장으로 있다. 버지니아 주 정계 거물이다. 그런데 1995년 나의 첫 선출직 도전 당시에는 페어팩스 카운티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 선거에서 카운티 공화당 후보들의 당선을 총책임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나의 낙선 전략의 최고 결정권자라고 할 수도 있었다.
당시 최초의 아시아계 후보로 공화당 중진을 상대로 출마한 나에게 내 입장에서 볼 때 정당하지 못한 방법들이 공화당 측에서 동원 되었다. 나의 이름과 인종적 배경을 악용해 나와는 아무런 관련 없던 통일교 연관설을 퍼뜨려 선거자금 등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괴소문이 퍼져나갔다.
이렇게 이들 두 사람과의 만남은 악연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두 사람의 인간적인 면을 알게 되면서 그들에 대한 나의 시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딕스 씨는 수퍼바이저 업무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동네 고등학생 농구팀 코치로 자원봉사하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1999년 선거 때는 나와 똑같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까. 서로의 아픈 마음을 말 안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그는 선거 패배 이후에도 의기소침하지 않고 학생들 농구 지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와 종종 고등학교 농구 시합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멀린즈 씨는 내가 1998년에 가입한 애난데일 로터리클럽의 창설멤버이자 전 회장이다. 내가 가입할 당시에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해 같은 클럽에서 활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0년부터 2년간 내 클럽이 소속된 지구의 총재직을 맡았다. 지난 2011년 선거 때에는 내 선거 캠페인 싸인을 하나 달라고 하기도 했다. 손자가 내 싸인을 꼭 하나 구해 자기 집 앞뜰에 꽂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두 주 전 농구 시합장에서 멀린즈 씨는 딸을 내게 소개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 딸은 사실 바로 전날 나를 자기 학교 행사 때 먼발치에서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와 자기 아버지를 번갈아 쳐다보며 둘이 괜찮은 사이냐고 물어 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순수한 인간적 관계까지 훼손케 해선 안 된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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