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홈즈’
◇ ‘엑스맨:아포칼립스'(감독 브라이언 싱어)이 영화가 지루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엑스맨:아포칼립스'는 오히려 우아하고 품위 있다. 그렇다.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 무비에만 익숙해져서는 곤란하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엑스맨의 탄생을 알리는 이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말처럼 공존과 관용을 이야기한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엑스맨'에는 ‘히어로'(hero)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돌연변이'(mutant)다. 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퀵실버'는 최고다.
◇명탐정의 마지막‘미스터 홈즈'(감독 빌 컨던)셜록 홈스의 탁월한 추리가 전면에 부각된 작품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노인 셜록 홈스의 진지한 참회록이자 반성문이다. 사건만 이해할 줄 알던 홈스가 사건 너머 인간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랄까. 빌 컨던 감독의 무리하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영국의 명배우 이언 매켈런의 탁월한 연기를 맛보는 재미도 있다.
◇ ‘원스'의 존 카니는 없다‘싱 스트리트'(감독 존 카니)‘원스'(2006) ‘비긴 어게인'(2013)으로 한국 내에서도 사랑받는 존 카니 감독이 내놓은 세 번째 음악영화다. 사춘기 소년이 주인공인 만큼 전작들보다 상대적으로 밝고 귀엽다. 1980년대 브리티쉬 팝을 들으며 러닝타임 내내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원스'의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이번 작품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인상적인 오리지널 스코어가 없다는 점에서 ‘비긴 어게인'(최종관객 342만명)과 같은 성공을 장담하기도 힘들다.
◇기획된 멜로…‘제3의 사랑'(감독 이재한)아름답다. 송승헌과 리우이페이가 아름답고, 상하이의 풍경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 영화, 아름답지 않다. 영화는 한·중 합작 ‘기획' 영화답게 멜로물의 클리셰들을 마구 찍어낸다. 본 적 있는 캐릭터, 본 적 있는 설정, 들은 적 있는 대사들이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최악은 더빙된 송승헌의 목소리다. 중국인 성우 목소리와 송승헌의 입 모양이 맞지 않는다.
◇ ‘하드코어 헨리'(감독 일리야 나이슐러)불의의 사고를 당한 헨리가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나 자신을 음모에 빠뜨리려는 악당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전형적인 액션물. 영화는 이 전형성을 두 가지 방법으로 극복한다. 하나는 1인칭 구성(마치 1인칭 액션게임과도 같은), 두 번째는 하드코어 액션.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은 이 두 가지를 뚝심 있게 밀고나간다. 색다른 영화적 체험을 하고 싶다면 한 번쯤 이런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친영화…‘곡성'(감독 나홍진)‘곡성'을 세 마디로 정리하면 ‘관객의 혼을 빼는 스릴러', 두 마디로 요약하면 ‘무지막지한 에너지', 한 마디로 줄이면 ‘미친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를 내놓은 뒤 ‘곡성'을 선보이기까지 자그마치 6년이 걸렸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시간을 수긍할 것이다. ‘곡성'은 최근 수년간 나온 한국영화 중 으뜸이다.
◇슈퍼 히어로 올스타전…‘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감독 앤서니·조 루소)특급 오락영화라는 게 뭔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수퍼히어로들의 화려한 올스타전이 펼쳐진다. 지난 시리즈부터 이어져온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가치관 대립이 ‘소코비아 협정'을 기점으로 이 작품에서 전면 부각된다. ‘자유와 통제'라는 해묵은 논쟁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건 결국 수퍼히어로 십수명의 격전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그저 즐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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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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