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좋아한다. 곧고 반듯하게 뻗은 모습도 좋고 무엇보다 나뭇잎 향기는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 상쾌하고 맑다. 유칼립투스 품종 중에 이름 그대로 무지개 빛인 유칼립투스가 있다. 동물이 털갈이를 하듯, 레인보우 유칼립투스는 목피 갈이를 한다. 가장자리의 막피가 벗겨질 때면, 그 안에서 초록색의 새로운 목피가 자라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이 파랑, 보라, 오렌지, 적색, 밤색 등으로 변화된다. 비온 후 하늘에 잠시 나타나 사라지는 레인보우를 땅에 심어놓은 듯하다.
최근 SF한문협 독서분과모임에서 레인보우 컴스 앤 고(Rainbow comes and go)라는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 책은 92세의 글로리아 밴더빌트와 그녀의 아들 앤더슨 쿠퍼 간의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미국의 철도왕 밴더빌트가의 후손으로 부와 명예, 실력과 미모를 모두 갖춘 여인이었음에도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두 모자가 긴 세월동안 서로 깊게 다가가지 못한 마음속 회한과 의문, 갈등,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서로를 진실로 이해하게 되기까지의 모습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생각한다. 그녀가 모든 고통과 슬픔을 이겨냈기 때문에, 또는 삶의 레인보우를 기다리는 희망적인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실된 영혼의 해후를 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레인보우와 같은 다리가 있는 것 같다. 만나고 싶어도 다시는 만남을 기약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도 있고, 곧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영원히 길을 달리한 아픔들도 있다. 그렇기에 서로의 아픔과 상실을 보듬어 안고 치유할 수 있음은, 진정 레인보우 같은 축복이리라.
사랑하는 분들을 떠나보내며, 영혼의 이별이란 걸 알지 못하고, 슬픔과 자책으로 잃어버린 해후의 시간들이 있었다. 레인보우 컴스 앤 고우는 잃어버린 그 시간 속으로 다시 나를 나아가게 했다. 그분들은 레인보우 다리에 보낸 나의 편지를 읽고, 다음번 레인보우에 답신을 보내시리라. 숲길에서 만난 유칼립투스 향기로 못다한 이야기를 전해오시리라. 글로리아와 그의 아들 앤더슨 쿠퍼가 서로의 편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레인보우와 레인보우 유칼립투스 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 그것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레인보우 씨앗을 심어주는 것 같다.
<김소형(SF 한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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