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내린다. 보름달도 내리고 아침해도 내리고 3월도 덩달아 내린다. 바람이 분다. 꽃잎 하나 입에 물고 비에 젖은 봄바람이 분다 .젖은 아침에 조금은 진한 커피향으로 가득한 지금은 명품 아침이다.
우린 지난달 이 집으로 이사를 했다. 날마다 바쁘다는 핑계로 짐 정리를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옷가지며 책들이 박스채로 보관 중인데 오늘은 비도 오고 해서 기꺼이 끝내기로 맘먹었다.
박스가 열릴 때마다 새삼 새로워 보이는 옷이며 책들, 그중 눈에 번쩍 띈 책 한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사회 심리학 박사이며 교수였던 모리 슈워츠 교수와 스포츠 칼럼 기자인 제자 사이에 이루어진 생의 마지막 프로젝트 이야기로 큰아들이 좋은 책이라며 선물한 것이다. 오래전 감명깊게 읽었는데 나 또한 뇌졸중으로 쓰러져 생사의 고비를 넘고 나니 더욱 이 책이 와닿았다.
이야기는 유난히 춤을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사회 심리학 박사이며 교수인 모리가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생을 맞으면서 시작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모리 교수는 자신의 죽음을 삶의 정점이 될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고 죽음의 인간 교과서가 된다. 그는 죽게 됨을 알면 그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얘기한다. 모리 교수와 제자는 매주 화요일 아침식사 후 수업을 한다. 사랑 일 공동체 가족 결혼 후회 용서 등을 주제로 14번의 강의를 끝으로 졸업식 대신 장례식으로 끝난다.
졸업 논문은 이 책이다.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삶을 확고하게 긍정하는 그는 50개가 넘는 아포리즘도 남겼다. 그는 타인을 용서하는 법이나 너무 늦어서 할 수 없음은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서로를 사랑하라. 그러지 못할 바엔 죽어라. 삶의 껍질을 벗겨내면 죽음의 새살이 돋아난다’며 사랑함을 강조했다. 죽음은 결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위험있고 용기있게 유머러스하며 침착하게 받아들인다. 어느 추운 일요일 오후 모리는 가까운 친지와 가족을 초대하여 살아있는 장례식을 치렀다. 그의 묘비엔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던 분”. 모리는 말했다.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라”고.
아직도 비가 온다. 바람도 분다. 코치인 교수는 죽었고 선수인 우리는 삶을 살고 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햇살보다 더 따뜻한 이런 책을 읽고 싶다. 그래서 때론 비가 햇살보다 따뜻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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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라(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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