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자전거 타실 줄 아시는지요? 아, 세 발 자전거 말고 두 발 자전거 말입니다. 필자가 자랐던 서울시 외곽의 불광초등학교 주변에는 만화 가게와 더불어 자전거를 빌려주는 ‘자전거포’가 많았습니다(그런데 왜, 자전거 빌려주던 집을 ‘자전거포’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자전거에 대한 추억은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고 자빠져 무릎이 까져 쓰리고 아팠던 기억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게 기를 쓰고 배웠던 자전거, 그러나 어른이 된 후에 까지 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와이에서는 자전거 타는 어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 유학생 아니면 일본에서의 생활에 아직까지도 익숙해져 있는 일본계 여성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일본에서는 자전거가 중요한 이동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동차가 일상입니다.
41살의 중년남자가 자전거를 탑니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자전거를 미국 땅을 횡단했다고 하면, 이건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한 일입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홍은택. 그리고 미국 횡단의 과정을 아름다운 사진과 담아 놓은 책은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입니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중년의 남자가 2005년 5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80일 동안 혼자서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담겨져 있습니다.
이 남자는 미국의 동쪽 끝 버지니아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주 플로렌스까지 몰튼 자전거에 4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6400킬로미터의 길을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따라 달렸다고 합니다.
잠은 주로 텐트에서 잤다고 하는군요. 이 책의 머리글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펑크는 열한 번 났고, 나를 추격해온 개는 100마리쯤 되는 것 같고, 여름철이었지만 영하 1도에서 영상 43도까지의 온도와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까지의 높이를 체험했다. 열 개 주를 건넜고, 대륙분기선을 열네 번 통과했고, 시간대가 다섯 번 바뀌었다. 페달은 한 150만 번쯤 돌렸고, 하루 5000칼로리 이상 섭취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몸무게는 3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체중 감량보다 중요한 것은 욕심 감량이다. 나는 지금도 어렵게 터득한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언젠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떠날 것이다. 일상에 빠져들수록 그 열망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생각해보면 두 발로 걸어가면서 바라보는 세상과 자전거를 타고 가며 바라보는 세상과 자동차를 타고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걸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고 자전거를 탈 때는 페달을 돌려야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며, 자동차는 페달을 밝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걷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기에 자동차를 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 땅을 횡단하다 보면, 하루하루 지날수록 불필요한 짐을 벗어 던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무게를 줄여 속도를 높이고 소모되는 에너지량을 극소화시키기 위해서랍니다. 그래서 수첩 안의 명함 한 장의 무게까지 줄이게 된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하여 다리의 털까지 밀어내 버린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결국은 많이 소유하기 보다는 줄이고 줄이기 위한 것일 터인데, 그 반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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