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되면 어쩌나 못 열어봐
▶ “마음담긴 손 글씨가 그리워”
“바이러스일까 봐 이메일로 온 전자 연하장(E-Greeting Card)을 못 열겠어요.”
샌프란시스코 거주 이모(33)씨는 작년 E-연하장으로 가장한 이메일을 열었다가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됐다.
이씨는 “예전에 감염되던 전통적 방식은 메일 메시지의 첨부 파일에 바이러스가 포함됐거나 바이러스 감염을 유도하는 실행파일을 전송했기 때문에 안티스팸, 바이러스 장비에서 이를 손쉽게 걸러냈다”며 “하지만 메일 본문에 그것도 링크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보안 장비로는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나 같은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40)씨는 “몇 해 전부터 회사에서 컴퓨터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바이러스가 담겼을지 모르는 전자연하장을 가급적 열어보지 말고 보내지도 말 것을 지시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의 악성 웜ㆍ바이러스를 첨부파일 형식으로 보내 컴퓨터를 감염시키는 사례가 자주 적발돼 전자연하장은 아예 받자마자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은 잘 아는 사람이 연하장을 보내는 것처럼 위장해 첨부파일을 실행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빼가는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발신자를 알 수 없는 e카드를 받았을 때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나타나면 일단 바이러스를 의심해야 한다. 이때 무심코 ‘예’를 선택하면 사용자도 모르게 악성코드 감염이나 광고 웜이 설치돼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거나 광고 메일이 쏟아지게 된다. 이러한 광고 웜은 네트워크 과부하 등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자 친구나 친지 등 주변에서 전자크리스마스 카트나 연하장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받은 e카드를 열어보려고 해도 감염될까 불안해서 손이 가지 않는다는 한인들도 있는 등 연말 정을 나누던 연하장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손으로 직접 쓴 카드를 고집하고 있는 최모(51, 팔로알토)씨는 “예전에는 바이러스 걱정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손 글씨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세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따스함이 묻어나는 종이 연하장 대신 감정이 없는 인터넷으로 보내는 e카드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또 “이메일, 휴대전화 메시지, 인터넷 등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이 담긴 손 편지를 보내면서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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