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 75주년(금강석혼식) / 백수연 맞는 박영창 목사, 박정애 권사
▶ ‘신사참배 의무화’ 일 중의원 회의장 들어가, 부친과 함께 목숨 걸고 ‘반대’ 투옥되기도, 1969년 도미 한인사회 원로로 다양한 업적
한인 기독교계 최고령 어른인 박영창 목사는 독립운동가이자 한인 이민역사 1세기의 산증인으로 미주 한인사회를 지켜왔다. 올해로 만 99세인‘만년 청년’ 박영창 목사는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박영창 목사가 독립운동을 펼치다 옥사한 부친 박관준 장로의 초상화 앞에서 항일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
한인 기독교계 최고령 어른이자 ‘만년 청년’ 박영창 목사(99)는 올해 백수연과 더불어 결혼 75주년을 맞이한다. 독립 운동가로 한국역사 1세기의 산증인이고 미주 땅에 뿌리내려 45년을 살아온 박 목사의 파란만장한 삶은 아내 박정애 권사의 내조가 있어 굳건할 수 있었으리라.
박 목사가 오래 전 펴낸 부친에 관한 책 ‘순교자 박관준’ 5부 아버지와 아들 편에는 ‘감시 속의 웨딩마치’라는 소제목으로 자신의 결혼식이 이렇게 묘사돼있다.
‘결혼식 날 안주읍 성안에 있는 동교회는 결혼 축하객으로 들끓었다. 교회당 정문에는 ‘신랑 박영창 군, 신부 이정애 양 결혼식장’이라고 쓴 간판이 소나무가지로 틀어 만든 커다란 아취에 장식되어 있었다. 내가 귀국한 지 한 달이 넘어서였다. 생각하면 실로 다사다난했던 결혼식이었다.’
75년이란 긴 인생길을 동행해 온 박정애 권사와 박영창 목사의 결혼에 대해서는 4년 전 본보에 게재된 광복 66돌 특별기획 시리즈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중의원 제74회 본회의가 열리는 이날 종교에 가릴 것 없이 모든 신민의 신사참배 의무화를 공식화하는 ‘신종교법안’을 처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회의장에는 500명의 중의원과 내각 각료 그리고 해외대사들로 꽉 들어찼다. 고야마 의장이 입장하고 개회선언을 알리자마자 박관준·박영창 부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호와 하나님의 사명이다”라고 외치며 미리 준비한 경고문을 회의장 중앙을 향해 뿌렸다. 삽시간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이들 부자와 안이숙씨가 일경에 체포돼 도쿄 경시청에 수감됐다. 당시 박영창씨의 나이 25세로, 동경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경 YMCA 협동총무로 재직 중이었으며 한 달 후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거사 후 결사대는 조선으로 압송됐다’
1939년 3월24일 거사에 대해 박영창 목사가 설명하면서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예비신랑이었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박 목사는 당시 아버지의 거사 계획 동참 권유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독교 자유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각오’라고 말하며 아버지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고 했다.
독립운동사에 ‘순교자’로 기록된 박관준 장로의 장남인 박영창 목사가 4년 전 펴낸 회고록 ‘일본이여, 대답하라’에도 드러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박 목사는 “아버지 박관준 장로의 ‘사람은 한 번 죽을 때가 있나니, 어찌 죽을 때 죽지 않으리. 그대 홀로 죽을 때 죽으면, 길이 죽어도 죽지 않으리. 때가 와 죽을 때 죽지 않으면, 살아서 즐김이 죽음만 같지 못하리라’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일생을 살아 왔다”고 고백하고 있다.
부친의 순고한 삶을 기록에 남기고자 박 목사가 펴낸 책이 ‘순교자 박관준’(두란노 출간)이다. 일제 신사참배 거부운동에 앞장서 고 안이숙 여사와 함께 기독교를 탄압하는 일제에 맞서 싸운 순교자 박관준의 일대기.
1969년 도미한 박영창 목사는 LA에서 대한남가주교회를 설립, 20년간 담임했으며 교육계, 언론계, 사회단체, 기독교계의 단체들에서 회장 또는 고문을 지내며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1982년 일본정부의 교과서 왜곡사건이 일어나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정계 및 사회각층에 항의 경고활동을 하는 한편, 한일 관계의 올바른 정립과 두 나라의 우호, 동아시아의 미래와 세계평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 왔다.
이들 부자의 헌신적인 조국 사랑과 목숨을 건 독립운동 활동은 후대에 널리 인정받아 고 박관준 장로에게는 대통령 표창(1968), 건국훈장 애국장(1991)이 추서됐고 박영창 목사는 세계평화봉사단으로부터 세계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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