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지으면서 어머니는 새하얗게 솔질한 운동화 부뚜막에 올려놓았다 그때부터 운동화는 가마솥에 귀처럼 붙어서 불과 물 사이 새싹의 꿈 태우고 밥으로 태어나는 쌀들의 빨…
[2007-05-03]거울 앞에서 단추를 채우다가 실밥 몇 올 남기고 사라진 행방을 생각한다 가지런하던 일상의 틀 속에서 문득 일탈한 빈자리, 멱살 잡혀온 날들에 단추는 내 삶 어디쯤 …
[2007-05-01]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외로움이 지나쳐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마음을 폐가로 만드…
[2007-04-26]세상이 대책이 없기로 하늘에 뜬 별 같구나 하시던 아버지는 홍안의 미소년으로 한강 백사장에서 나와 떨어져서 생존해 오셨다 아버지가 나에게 부당하게 역정을 내실 때 나…
[2007-04-24]누가 내 속에 가시나무를 심어놓았다 그 위를 말벌이 날아다닌다 몸 어딘가, 쏘인 듯 아프다 生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잉잉거린다 이건 지독한 勞役이다 나는 놀라서 멈칫거린…
[2007-04-19]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
[2007-04-17]꽃 피울려고 온몸에 힘을 쓰는 벚나무들, 작전도로 신작로 길로 살 하나 툭 불거진 양산을 쓰고 손으로 짰지 싶은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곰 인형 가방을 멘 계집애 손을 …
[2007-04-12]남한강 돌밭에 불발탄 하나 떨어져 있다 떨어져 녹슬어 있다 홀로 녹슬어가는 것들은 쓸쓸하다 후방 고요한 강변에 와서 누구를 대적하여 명중하려 했을까 허공을 가르고 달려…
[2007-04-10]멧비둘기 밤꿀 냄새 진동하는 숲 쪽으로 날아간다 두 갈퀴발 왕개구리 꽉 움켜잡고 날개 펄럭펄럭 가라앉다 솟구치다 안간힘 써 날아간다 감자밭머리 먼지 풀썩대며 괭이질하던 사내…
[2007-04-05]나는 아무에게나 무릎 꿇지 않네 그러나 어찌하여, 오늘 나는 이 무릎을 데리고 나가 무릎이 헤지도록 꿇고 또 함부로 꿇고는 있지 들에 나가 초록…
[2007-04-03]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기다란 치마 흐르며 왔다 멀리 고향의 산간지방에서 왔다 산나리처럼 고개 꺾으며 오래 걸어서 왔다 제비똥 떨어진 그루터기에서 신발을 고쳐…
[2007-03-29]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
[2007-03-27]집들은 뒤란을 보여주기 싫어하고 사람은 낯빛을 숨기길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뒤란이 넓은 집을 보았으니 화령 고모네 집터였다 화령에서 남의 담배농사를 짓는 고모 내 숨결이 꺼…
[2007-03-23]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
[2007-03-20]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2007-03-15]다시 밤잠을 못 자게 해다오. 손에 땀을 쥐고 기대하던 열망으로 잠을 못 이루던 때의 얼굴을. 쉽게 잠들지 못하던 밤에 눈앞에 구슬같이 모이던 나라, 문학도 흙도 당…
[2007-03-13]농촌 들녘을 지나는데 춥고 배고프다. 저 노인네 시린 저녁이 내 속에서 등 달 듯 등 달 듯 불을 놓는다. 꽃 같은 불 쪽으로 빈 들판이 몰린다. 거지들 거뭇거뭇 둘러앉는…
[2007-03-08]종합병원 복도를 오래 서성거리다 보면 누구나 울음의 감별사가 된다 울음마다에는 병아리깃털 같은 결이 있어서 들썩이는 어깨를 짚어보지 않아도 그것이 병을 마악 알았을 때…
[2007-03-01]쉬지 않고 입을 벌렸다 오무렸다 하는 금붕어는 수족관속에 있다 대체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들 수가 없다. 금붕어 입의 말씀을 들으려면 물을 가둔 관을 깨트리고 가둔 물…
[2007-02-27]새, 가끔씩 가슴을 따주던 열쇠들이 저렇게 높이 떠 날아가선 자물통 같은 몸통을 열어주려 서로를 끌어안고 그렇게 달그락거렸던 건 외로움이 결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
[2007-02-22]뉴욕주가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나섰다.캐시 호쿨 뉴욕주지사는 16일 “의사 처방전 없이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약국에서 접종할…
오는 11월 4일 버지니아 선거를 앞두고 오늘(19일)부터 11월 1일까지 사전투표(Early Voting)가 실시된다. 사전투표는 미리 투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방송이 무기한 중단된 미 ABC 방송의 간판 심야 토크쇼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