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친구」의 흥행과 함께 극장가에 부산사투리 열풍이 불고 있다면 브라운관에는 중견 배우들이 펼치는 사투리 연기 경쟁이 치열하다.
SBS사극「여인천하」의 양금석씨와 KBS 1TV 아침극「매화연가」의 전양자씨. 둘 다 평양 사투리를 쓰는 데다 기생으로 나오는 점이 재미있다.
"압네다. 압네다. 나으리께서 아딕 계향일 잊디 못하고 계신거이 내 압네다. 길티만 오늘 밤만 이년을 계향이라 녀기시고 한번 품어듀시면 안되갔습네까?" 이처럼 애절한 대사를 읊어대는 양금석은 극 중에서 한때 잘 나갔던 평양 출신의 명기(名妓)이자 옥매향(박주미)의 어머니로 나온다. 연산군 때 뽑혀 한양에 온 뒤 조정의 권력자들을 기방의 단골로 삼아 생활한다.
중견인 양씨지만 "사투리 연기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평안도 사투리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을 뿐더러 자칫하면 `혀짧은’사람의 말소리처럼 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생’의 멋과 풍류를 살리려면 한층 어렵다. KBS 아침극「꽃밭에서」와 새로 신설된 SBS「터닝포인트 사랑과 이별」의 MC까지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양씨는 평양 사투리가 남아있는 조선족 사람들의 말투에 귀를 기울이며 연기 연습을 한다고 했다.
지난 23일부터 방송되고 있는「매화연가」는 1940-60년대 평양기생학교가 주무대다. 가정 형편때문에 기생학교에 입학한 여주인공 `인애’(임지은)가 훗날 사랑하는 사람과의 징표였던 매실을 전통주로 만들어 성공한다는 게 주된 줄거리.
여기서 전양자씨는 기생학교 교장인 `분임’역을 맡았다.
"다들 잘 들으라우. 내일부턴 밤 정각 9시에 방방마다 점호를 내가 직접 돌갔어. 방에 없는 에미나이들은 이튿날 경칠 줄 알라" 인애가 말도 없이 사라지자 학교 학생들을 마당에 집합시켜 놓고 엄포를 놓는 모습에서 독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깐깐하고 돈만 밝힐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분임은 사실 따뜻한 인간미가 흐르는 노기(老妓)다. `인애’(임지은)를 만나뒤부터는 점차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으로 변한다.
그런가하면 SBS일일극「소문난 여자」에서 `못된’ 시어머니로 출연 중인 김지영씨는 사투리 연기에 정평이 나 있는 베테랑 배우다.
방송국 PD들은 그를 두고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강원도 등 못하는 사투리가없다"며"우리 나라 탤런트 중 사투리는 가장 잘 쓰는 배우"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개가(改嫁)는 아무나 혀? 망부를 해서 개가를 했다면 또 모르것다, 눈 시퍼렇게 뜬 냄팬허고 갈라서고 다시 개가 허는 것은 보통여자는 못허는 것이여, 아닌 말로 니 허고도 갈라서고 또 개가를 헐지 누가 알것냐" 전남편과 이혼한 뒤 자기 아들과 재혼한 새 며느리 `영순’(김미숙)을 `눈엣가시’로 여겨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며느리를 닦달하는 모습이 너무 실감나 이 작품의 시청자게시판에는 "할머니가 너무 무섭다" "김미숙이 뭐가 모자라서 그 할머니한테 그런 고문을 당해야하나, 더 이상 괴로워서 못보겠다" 등 시청자들의 `항의 아닌 항의’가 심심치 않게 올라 온다.
「소문난 여자」의 성준기 PD는 "김지영씨는 본래 세월이 건너뛰면서 15회에서 숨지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연기가 워낙 뛰어나 계속 출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